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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임재윤 2017. 8. 13. 22:39

2017.08.13.


『 지금까지의 모든 체험 중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권위에 내가 새긴 최초의 칼자국이었고, 내 유년 시절을 이루는 기둥에 가한 최초의 칼질이었다. 그것은 모든 이가 각자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 무너뜨러야 하는 기둥이었다. 누구도 감지하지 못한 이런 체험으로 우리들의 운명에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이 그어져 간다. 그런 칼질과 균열은 점점 늘어나고 아물고 잊혀져 가지만, 우리 마음속 가장 비밀스러운 암실에서는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 피를 흘린다. 』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했던 거짓말고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아버지의 권위에 맞서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보인다. 기둥은 아버지를 말하고, 칼질은 완벽한 아버지에게 흠집을 낸 화자의 거짓말이다. 칼질과 균열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은 이해가 가지만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 피를 흘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2017.08.15.


『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이 경험들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 된다. 자기 삶의 욕구가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서 쟁취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했던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우리를 떠나려고 하고 고독한 죽음처럼 치명적인 추위에 둘러싸인 공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고 느낄 때, 유년 시절이 무너져 내리고 그제야 우리들의 숙명인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평생에 걸쳐 단 한 번 가능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경험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고, 잃어버린 낙원을 꿈꾸며, 수많은 꿈 중에 가장 악질적이고 가장 살인적인 꿈에 매달려 헤어나오지 못한다. 』